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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적골 도예방 ::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퉁적골 도예방

by 넥스루비 2007. 3. 19.
- 공예공방: 퉁적골 도예방
- Address: 경기 이천시 백사면 송말리 292
- Tel: 031-634-0370

퉁적골 도예방의 작품세계는 전통옹기 제작기법으로 성형한 후 전통적인 분청 기법인 귀얄, 상감, 박지 문양을 응용하였고, 자연 (물고기, 새, 산, 달, 나무 등)을 형상화하여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하였다.
오랜 숙련속에 나오는 우연적 자연스러움... 단순화된 이미지들을 통해 은근히 가슴속에 퍼지는 분위기... 작위적이나 인위적인 데가 없이 자연스러운 신선미를 자아내기 위해 좌우 대칭이나 둥근 맛을 무시하고 되는대로 빚어낸 듯 억지스러움을 최대한 배제한다.
다시 말해서, 우연적인 아름다움이 무한한 해석을 지닌 추상의 아름다움인 것이다.
이곳의 흙 작업은 자연을 담아내고, 혹은 닮아가려 한다. 그러나 그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닮아가는 과정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가까이서 짚어보는 그릇보다 한 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그릇을, 단번에 느끼는 아름다움보다 돌아서서 느껴지는 깊숙한 아름다움을 그렇게 흙에 표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이곳 퉁적골 도예방의 운영자인 도예가 김상기씨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그는 지난 5월부터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때로는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물레를 돌렸다. 초벌구이만 끝낸 벌거벗은 그릇들이 작업실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이 일을 해왔는지 마치 증명이라도 해야 한다는 듯 그릇들의 표정은 엄숙하다. 작품을 고집하는 일이 어렵다고 김상기씨는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활자기를 만드는 일은 자신의 생활을 위한 일이었다고 말한다. 벌써 그릇을 만들어온 지 20여년 되어간다는 그에게는 생활자기를 헐값에 넘기면서 겪었던 아픈 추억이 남아 있다.
한 10~11년 전인가 보다. 한참 커피잔이 생활자기로 인기를 끌 때였다. 남대문시장에 있는 그릇도매점에서 그의 그릇을 사고 싶어했다. 그때는 그릇을 팔기 위해 내놓을 곳도 마땅치 않던 시절이었으므로 그곳에 넘기기로 어려운 결심을 했다. 생활이 그의 앞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대지 않더라도, 작업실에 쌓여 있는 그릇을 보고 있노라면 더 이상 그릇을 만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드는 자신 때문이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은 그의 그릇을 기계로 만든 그릇과 거의 차별을 두지 않고 값을 매겼다. 커피한잔 하나에 3천원. 상인들은 3천원에 사다 7천원에 팔았다. 남대문에 넘기기 위해 그릇들을 박스에 안전하게 넣고 단단하게 포장한 뒤 후배 한 명과 함께 두 박스씩을 여 날랐다. 당시 그에게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택시에 싣고 갔다. 짐이 많을 때는 택시비를 두 배로 주어야 했고, 짐꾼을 사서 박스들을 실어 나르기도 했다. 운반에 소요되는 경비도 그에게는 큰돈이었다.
이런저런 경비를 빼고 나니 남는 것도 없는 장사였다. 작업실에 쌓여 아무런 물건이 되지 못하던 그릇들에게 주인을 찾아주었다는 의미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돈도 되지 않고 그의 자존심에 상처만을 남겼다.
이후로 그는 생활자기 만드는 일에 회의를 품게 되었다. 남대문 시장에 넘기지 않고, 판로를 찾지도 않았다.
그러나 흙이 좋아서 머리가 커진 다음부터는 줄곧 흙과 생활해 온 그가 이 일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의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은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작업을 계속하였다. 간혹 팔리기도 했고 그렇지 않기도 했다. 진솔하고 꾸밈없는 흙의 모습, 그것은 그가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힘이었다. 전시회를 열고 다시 생활도자기를 만들면서 가락동의 지하 작업실에서 그는 언제나 분주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도 자리를 잡게 되었다. 누가 박수치며 알아주지는 않더라도 이제 더 이상 무수히 가마에서 깨져나오는 그릇들에 절망하여 주저앉지 않을 만큼 강해졌다. 본격적으로 자연 속에서 그릇을 만들고 싶었다. 다른 일에 얽매이지 않고, 그저 좋은 그릇만을 만들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그는 이천으로 갔다.
그의 그릇은 어떤 쓰임새의 그릇이라도 투박한 항아리 같다는 느낌이 든다. 옹기를 전공한 때문이다. 선이 곱지 않고 아무렇게나 빚은 듯한 그의 그릇은 대부분 무늬를 갖고 있다. 전에는 연화무늬를 많이 썼는데 요즘에는 그것이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져서 손으로 터치를 주어 무늬를 만든다.
요즘에 자기를 만들려고 노력해 보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다. 찻잔이나 다관, 숙위의 모양새가 마음에 들게 쏙 빠져주질 않는다. 물레 돌리는데는 이골이 났는데도 숙련되려면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의 수련이 부족한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완으로 빚은 것이 밥공기나 국수그릇으로 변모되는일을 보면 가슴 아프다.
또 그가 그릇에 입히는 색은 결코 밝지 않다. 어딘지 침침하고 어둡다. 짙은 황토색이나 거무튀튀한 색, 도자기를 고집하면서 겪어온 그의 삶이 밝고 화려하지 않아서인가, 짐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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