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산16-1 국립부여박물관
1993년 10월 국립부여박물관팀에 의해 발굴조사된 부여 능산리 건물터(나성과 능산리 고분 사이에 위치)에서 출토된 이 향로는 금동광배편 등 450여점의 유물과 함께 수습되었고, 높이가 64cm인 대작이다.
모두 4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뚜껑의 머리 부분에는 봉황이 여의주를 목에 끼고 날개를 활짝 펼쳐 날아가려는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아래 부분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5인의 주악상, 30여개의 크고 작은 산, 인물상, 동물상, 기마상, 기마수렵상, 불꽃무늬 등 100여개의 화려한 무늬 가 조출되어 있다.
향로의 몸통에는 24개의 연꽃잎이 3단으로 배치되어 있고 물고기, 역사상, 동물상 등 각양각색의 무늬가 나타나 있다. 몸통을 떠 받치는 받침 부분에는 한 마리의 영이 살아 생동하는 듯한 모습으로 몸통을 입으로 받들고 있고 아래에는 구름과 인동무늬가 소용돌이 치는 모습 으로 꾸며져 있다.
3단의 외반(外反)된 연꽃잎들로 장식된 몸체는 마치 활짝 피어난 한송이의 연꽃을 연상케하며 받침대는 이 연꽃송이의 밑부분을 입으로 문 채 하늘로 치솟듯 고개를 쳐들어 떠받고 있는 한 마리의 용으로 되어 있다. 몸체의 각 연잎 표면에는 가릉빈가(불사조(不死鳥))와 물고기, 기타 여러 종류의 동물들이 하나씩 양각되어 있고, 뚜껑에 배치된 23개의 산들은 4∼5단으로 첩첩산중을 이루어 심산유곡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피리와 소, 비파, 현금, 북을 연주하고 있는 진악인물상(秦樂人物像)을 비롯하여 태껸무인상과 기마무인상(騎馬武人像), 기마수렵상, 코끼리를 탄 인물, 책을 보는 인물, 그리고 산양과 호랑이, 새, 원숭이, 멧돼지 등 현세의 동물과 신수(神獸), 서조(瑞鳥), 폭포, 나무, 불꽃무늬 등 약 100여가지의 문양들이 변화무쌍하게 표현되어있다.
뚜껑 꼭대기에 별도로 부착된 봉황은 목과 부리로 여의주를 품고서 날개를 활짝 편 채 힘있게 서 있는데, 길게 약간 치켜올라간 꼬리의 부드러움은 백제적인 특징이라 하겠다. 한편 봉황의 앞가슴과 악기를 연주하는 인물상들 앞뒤에는 5개씩의 구멍이 뚫려있음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몸체에서 피어난 향연이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경이적인 걸작이라 할 수 있는 이 향로는 중국 한대에 유행한 박산로의 영향을 받은 듯 하지만 중국과는 달리 산들이 독립적·입체적이며 매우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
전체적으로 보아 창의성과 조형성이 뛰어나고 세부표현에 생동감이 넘쳐 흐르는 이 향로는 제조기법 또한 뛰어나며, 불교와 도교가 혼합된 종교와 사상적인 복합성까지 보이고 있어 백제시대의 공예와 미술문화, 종교와 사상, 제조기술까지도 파악케 해 주는 귀중한 작품이라 하겠다.
향로는 백제 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이 한층 돋보이는 작품으로 백제의 사상과 공예기술의 참맛을 보여준다.
(※ 현재 유물보존 처리작업을 하고 있어 일반인의 공개를 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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