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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시장 :: 광주 서구의 장터 양동시장

by 넥스루비 2007. 6. 2.
- 장터: 양동시장
- Address: 광주 서구 양동
1백년 전에는 갈대밭이었다는 이곳에 시장이 선 것은 일제 때. 한때는 “즈그 아부지 즈그 엄니 빼고 머시든지 사겄드라”던 곳. 양동(良洞)이라 부르게 된 것은 여러 직종의 드센 사람들이 모여사는 지역적 특성에 비추어 어질게 살라는 뜻에서 연유한 것이라 한다.

그 어짊과 그 드셈이 어우러진 곳이기에 5·18광주항쟁 때는 그처럼 다숩고도 끈질긴 정과 의리로, ‘트럭 타고 다니는’사람들의 밥을 해대고 목을 축여주는 어머니들로 나설 수 있었던 것일 게다.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등장하는 사람들처럼 민중판화에 새겨진 양동시장아줌마들의 모습엔 가슴이 섬뜩 베인다. 김밥을 말고 주먹밥을 쥐어주는 어깨와 허리가 강건하고 든든하고 눈물겹다.
시장 보는 맛은 그런 맛이다. 낯선 나물거리를 기웃거리는 새댁한테 “요거는 마늘넣고 풋고추 넣고 된장 쪼끔 해서 조물조물조물해갖고 참기름 치고 깨 좀 넣고 그러믄 맛나, 미원 안 너도 맛나” 하고 단숨에 친정엄마처럼 요리강좌까지 해주는 그런 인심이 있는 곳.

알전등 아래 양껏 널려진 홍어며 자반이며 꼬막차데기며 산처럼 쌓아올린 무 더미에 배추다발들. 보기만 해도 푸진 먹거리들은 깍쟁이처럼 깔끔하게 새침을 떨고 있는 백화점 슈퍼 마켓의 그 생선이나 그 채소가 아니다. 시장바닥에는 들 내음갯내음이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고단한 삶의 흔적이 더께처럼 얹혀 있는 할머니들이 한 보자기에 싸면 그만일 쑥 몇 줌 같은 걸 놓고 하염없이 앉아 있다. 그 앞에서 장을 보는 이 또한 나이 지긋한 노인이다. 한사코 뒤돌아서 고쟁이 속에 꼬깃꼬깃 넣어둔 천원짜리 몇 장을 꺼내는 손은 쩍쩍 갈라지고 마른 나무등걸 같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손지녀석 입성을 장만하고 짓무른 눈가에 그 훤한 모습을 미리 떠올려보고 흐뭇하고 오져서 호물호물 웃는 할머니. 그런 사람들과 마주치는 시장에서 나는 잠시 순해진다.

어림짐작의 손가늠에 사람의 정이 얹히고 어느땐 떨이를 만난 상추 한 ‘차두’로 앞집옆집 밥상에도 상추쌈을 올리게 하는, 때론 손해를 본 것 같기도 하지만 ‘횡재’를 하기도 하는 곳. 그렇게 사람살이의 구수한 맛이 있는 곳이 시장이다. 양동시장은 그런 곳이다.



[대중교통]
시내버스 : 5, 6, 20, 34,11,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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