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 산11
전주시 동남쪽에 있는 한벽당 뒷산인 승암산 가파른 산등에 천주교 성지인 치명자산이 있다. 바위 위에 높이 4m의 석조 십자가가 있는 날등 옆,벼랑 바위를 깎아내어 최근에 성당을 세운 이 성지는 세계에서 유일한 동정부부일가의 순교자 묘역이 있는 곳이다.
1790년대 나라에서 천주교 박해가 한참 심할 때 전주의 한 동정 부부는 끝내 각자가 지닌 동정과 정조를 지켜 마침내는 순교함으로써 세계 천주교 사상 처음의 숭고한 신화를 남겼다.
그 주인공은 1785년 이지방 최초로 이승훈으로부터 천주교 전교를 받고 그 씨앗을 뿌린 유항검의 아들 유종철이었고 그의 아내였던 서울 장안의 명문세가 출신 이윤하의 딸 이누갈다였다.
이들 한쌍의 신랑. 신부는 똑같은 열다섯살로서 매우 이지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 양가 똑같이 천주교를 받들며 오직 천주만을 믿는 독실한 신자가정이었다.
그러나 이들 신랑신부의 첫날밤을 맞는 신방은 밤이 깊도록 서로의 살을 섞지 않으며 오순도순 천주를 위하는 기도만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랑신부는 서로의 손을 부여잡고 천주께 서로 동정부부가 되기를 다짐하였으며 죽을 때까지 그들은 그 맹세를 지켰다.
그러나 재래적인 인습을 거부하고 전통적인 천주교를 봉행하는 이들 동정부부를 관아가 그대로 놓아둘리 없다. 이미 이들의 아버지인 유항검과 윤지충, 권상연을 참수시킨 관가는 곧 이들에게도 탄압의 손을 뻗혔다.
그로부터 5년 유종철, 이누갈다 두 동정부부는 전라감영에 불들려 혹독한 고문과 박해를 받기 시작했다. 죄명은 물론 그들이 천주를 섬긴다는 것 이었고 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들에게 그 어떤 악형의 고문에 굴복할 까닭 없었다.
끝내 동정을 지켜 세계 종교사상 하나의 신화를 남겼던 유종철은 1802년(신유년)에 드디어 전주형옥에서 교살이라는 극형으로 나이 20이라는 꽃다운 젊음을 뒤에 두고 장절히 순교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이누갈다는 비록 벽동관비로 가라는 죽음 못지않은 형벌은 면했으나 그후 곧바로 숲정이 형장으로 끌려가 끝내 처형되었다. 세계적 이변이자 신화로까지 불리웠던 동정부부의 순결과 순교의 기적은 이렇게 해서 전주하늘에서 전개됐다.
한국천주교사는 이 장한 동정부부의 순교를 그들의 역사를 파생시킨 이 고장의 자랑이자 명예에 앞서 한국 천주교 사상 유례없는 자랑인 동시에 나아가 세계 천주교사에도 큰 의의를 안겨주는 위대한 종교적 신앙 산 증거였다고 세계 천주교사는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묘가 있는 전주 중바위는 지금도 전국에서 찾아오는 순례자들의 발길이 그치지 않고 있다. 1937년에 마르시노 신부는 이들 동정부부와 유항검의 처 신희, 유관검의 처 이육희, 유항검의 장조카 유중성 그리고 유종철의 동생 문철의 시신을 이서에서 이곳 승암산(지금의 치명자산)으로 옮겨 합장하고 큰 십자가를 세워 그들의 높은 신앙심을 만인들이 우러러 보게 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