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1∼3리 95
1971년에 조사된 이 고분은 비봉산(해발 400m)의 서남지맥 산록 가까운 남사면에 위치한다. 이 고분의 분구형식은 원형봉토분으로 저경은 16m, 높이는 분구의 유실이 심하여 확실하게 알 수 없었으나 조사 후 추정치는 4.7m 가량된다. 분구의 자락에는 축대로 형성된 호석이 돌려 있었는데, 단층단열이며 남쪽에 비교적 잘 남아 있었으며, 경사가 심한 서남쪽에는 4단 높이로 남아 있었으나 원형인지는 확실치 않다. 내부의 매장주체시설의 구조형식은 방형에 가까운 현실과 남벽 서쪽에 연도가 부설된 횡혈식 석실분이다. 현실은 바닥에서의 넓이는 동서 3.1m∼3.14m·남북 2.45m∼2.5m이고, 천정 높이는 2.6m∼2.7m인데, 석재는 자연석을 장대석형으로 다듬어 사용하였다. 장대석은 크기 60㎝×18㎝ 정도가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었으며, 벽면은 바닥에서 1.2m 높이까지는 수직으로 올라가다가 그 위는 약간씩 내경하였으며, 높이 2.6m 에서 큰 판석 2매를 올려서 평천정을 만들었다. 네 벽과 천정의 표면에는 백회를 바르고 벽화를 그렸다. 현실의 바닥에는 바닥에서 높이 82㎝∼90㎝ 되게 넓은 관대<棺臺>를 설치하였는데, 남벽과 동벽에 근접하게 하고, 서벽과의 사이를 좀더 넓게 하여 통로를 마련하였다. 관대상면은 2.06m×1.3m 크기와 2.06m×98㎝크기의 2매 판석을 사용하여 너비 2.06m×2.32m가 되는 일종의 전면관대를 만들었는데, 동벽쪽에 소형 판석을 배치하였다. 연도는 서벽을 연장하여 만들었는데, 길이는 2.6m이고, 너비는 98㎝∼1.1m이며, 높이는 1.55m∼16m 이다. 천정은 평천정인데, 3개의 판석을 연하여 덮었다. 연도벽과 천정은 현실의 그것과 같이 백회를 발랐다. 현실과 연도 사이는 32㎝의 짧은 비도<扉道>를 만들었으며, 이것 때문에 현실 바닥은 연도 바닥보다 36㎝ 깊다. 그리고 비도에는 높이 1.29m·너비 94㎝의 판석으로 된 석비<石扉>를 세워 현실을 닫았으며, 연도 입구에는 막돌을 쌓아 폐쇄하였다. 벽화는 석실의 전 구조면에 그렸으나 자연석인 습기와 벽회가 영약이 된다는 속신<俗信> 때문에 거의 대부분 파괴 인멸되었으며, 그림의 소재를 알아볼 수 있는 곳은 연도 천정과 석비의 외면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천정에는 대형 연화문 1개가 그려져 있는데, 연판은 먼저 홍색으로 주연<周緣>을 그리고 그 위에 흑색으로 덧그렸으며, 연판은 끝이 뾰죽하고 판내에는 홍색선을 배게 그려 넣었다. 홍색 단색으로만 연화를 그린 것은 특색이라고 하겠다. 석비외면에는 인물을 그렸는데, 청색치마와 백색치마를 입은 2인의 여인상으로 짐작되며, 상반신은 분명하지 않다. 희미하기는 하나 두 여인의 양 옆에도 좀 작은 여인이 각각 그려졌던 것으로 짐작되는 흔적이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을 뿐이다. 묘지명<墓誌銘>은 석비내면의 석면 위에 일렬 종으로 각자<刻字>하였는데, 내용은 남산신성비·진흥왕순수척경비·반구대암각자 등 신라 금석문에서 볼 수 있는 고졸한 자체로 '을묘년어숙지술간<乙卯年於宿知述干>'의 8자의 명문이다. 을묘년은 연화문으로 보아 법흥왕 불교 공인 이후, 토기 등 유물로 보아 6세기 말의 서기 595년 진평왕 17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숙<於宿>은 인명이며 지<知>는 존칭으로 추정한다. 고구려역사에서 '어<於>'자가 들어가는 인물명이 발견되는 점으로 미루어 고구려계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 이 추측은 6세기경 이 지방이 고구려와 신라의 경계지역이라는 점에서도 가능성이 있다. 술간<述干>은 진흥왕창녕순수척경비에 이미 나오는 관직명이며, 외위의 둘째등급 관등의 하나이다. 출토유물은 이미 오래전에 도굴파괴된 고분이므로 그 잔편 일부만이 수습되었다. 철정소편과 고배구연부파편·회색토기편·적색토기편 등 약간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이 고분은 부근 동쪽 900m 거리(읍내리 산 29-1)에 있는 순흥벽화고분과 함께 신라경역에서 발견된 벽화고분이라는 점과 묘지명이 있는 신라 유일의 고분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귀중한 자료가 된다. 특히 연화문의 양식과 어숙이라는 인명이 고구려계로 추측되어 이 지역이 고구려와 신라의 통로였을 가능성을 아울러 표현하여 주는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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