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소놀음굿은 황해도 평산읍 출신인 장보배(1915∼1991)무녀가 1947년에 월남하여 강화군 파동면에 정착한 뒤 1985년에 이르러 인천에서 이를 재현하여 남한에 알려지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평산소놀음굿은 양주< 楊州 >소놀음굿과 마찬가지로 경사< 慶事 >굿에서 놀아왔다. 농사나 사업장사 등의 번영을 빌거나 자손의 번창을 비는 뜻에서 행하여졌는데, 이때는 온 마을의 축제가 되어 이 굿을 통하여 마을의 협동과 화합을 다지며, 개인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놀이였다. 평산소놀음굿의 순서를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먼저 1. 신청울림을 하고, 2.당산< 堂山 >맞이 및 성수거리, 3.초가망(초부정), 4.칠성조, 5. 제석거리, 6.소놀음굿, 7.성주굿(지정닦기), 8. 장수거리(쌍작두와 작두날 위에서는 그네타기), 9. 타살거리, 10. 대감거리, 11. 조상거리, 12.터주거리, 13. 말명거리, 14.사냥굿, 15.마당굿. 경사굿이 진행되어 제석굿에 이어 소놀음굿으로 이어지면 굿판은 집안 마루에서 마당으로 옮겨진다. 마당에는 팔선녀< 八仙女 >가 내려와 목욕하는 곳이라 하여 큰 물동이에 물을 담고 바가지 여덟 개를 띄운다. 팔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목욕하고 사람들에게 복을 주고 다시 승천하는 것을 연출한다. 이어서 옥황상제< 玉皇上帝 >의 명을 받들어 제석< 帝釋 >이 지상에 내려와 인간을 탄생시키고 조선국을 개국한 내력을 제석역이 타령으로 부르고, 이를 나졸들이 만수받이로 받는다. 이어 천상의 놀이가 끝나고 지상의 놀이가 시작되면 농신< 農神 >과 산신< 産神 >, 수신< 壽神 >을 겸한 제석이 중심이 되고, 마부를 상대로 타령과 대화로 엮어 나가면서 마부는 소를 끌고 다니며 발갈이를 하고, 애미보살< 愛味菩薩 >은 씨를 뿌리고, 지장보살< 地藏菩薩 >은 김매기를 하며, 신농씨< 神農氏 >는 농사일을 감독하는 동작을 놀이로 한다. 또 소를 길들여 부리는 요령이며 쟁기에 보습을 맞추는 법을 가르치는 대목 등이 있어 농경의례의 굿일 뿐더러 제석님이 인간의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방아를 찧고, 재수와 복을 주기 위하여 지경다지는 놀이도 있고, 산신으로서 일기도 점지해준다. 이처럼 농경의례인 굿에서 연희인 놀이로 이행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놀음굿이다. 동원되는 만신은 6명이고, 악사는 장고, 징, 저나 피리 등 셋이다. 이 굿은 해가 질 무렵 시작하여 동이 트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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