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제주군 애월읍 소길리
원동마을은 제주시와 모슬포를 연결하는 서부산업도로 중간지점에 있다. 이 마을은 아름다운 섬 제주가 지닌 통한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현장이다.
예전의 원동마을 주민의 대부분은 길목을 오가는 이들에게 술과 음식을 파는 주막을 했다. 화전을 일구고 가축도 키우면서 평화롭게 살던 이 마을이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이 났다. 바로 4.3사건 때문이었다.
4.3사건 당시 마을주민 27명이 군경합동토벌대에 의해 집단학살 당하고 여러명이 부상을 입었다. 토벌대는 이 마을을 포함한 중산간 지역을 공비출몰지역으로 규정해 마을방화와 학살로 이어지는 토벌작전을 대대적으로 수행했던 것이다. 이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은 눈물을 삼키며 다른 지역으로 뿔뿔히 흩어져야 했다. 부모 잃은 아이들은 고아원을 전전했고 부상자들과 노인들도 의지할 데 없는 몸을 이끌고 떠나버려 원동마을은 폐허가 되고 말았다.
이제는 수풀이 무성해져 흉칙했던 마을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4.3사건은 제주민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