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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칠기 - 서양에서 볼 수 없는 동양 특유의 공예기물

by 넥스루비 2007. 8. 7.

나전(螺鈿)은 칠공예의 장식기법의 하나이다.
전(鈿)이 금속판을 새겨 넣은 꾸밈을 의미하듯이 나전은 얇게 간 조개껍질을 여러가지 형태로 오려내고 기물의 표면에 감입시켜 꾸미는 것을 통칭한다. 따라서 조개껍질만이 아니라 대모(玳瑁), 상아(象牙), 호박(琥珀), 보석 따위를 새겨넣어 장식하는 것도 넓은 의미의 나전이라고 일컫는다.
다만 금이나 은판을 오려붙인 것은 따로 평탈(平脫)이라고 칭한다.

나전이란 말은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한자어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자개'라는 고유어를 써왔다.
따라서 자개를 이용해 만드는 일을 「자개박이」 또는 「자개박는다」라고 일컫는다.
그러므로 나전칠기란 옻칠바탕에 무지개 빛 영롱한 전복조개 껍질로써 무늬를 놓아 만든 칠기를 말한다. 칠기는 일찌기 서양에서 볼 수 없는 동양 특유의 공예기물(工藝器物)이었다.

감입(嵌入) 기법에는 나무바탕에 직접 새겨 상감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칠바탕위에 자개를 붙이고 다시 칠을 올린 뒤 표면을 연마해 무늬가 드러나게 하기 때문에 나전에는 으례 칠이란 말을 붙여 「나전칠기」라 쓰는 것이 상례이다.
그것은 칠기를 제작할 수 있는 재료인 칠나무가 서양에서는 발견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동양의 고대인이 이 칠을 발견함으로써 동양은 서양에서 볼 수 없는 동양 특유의 칠기 예술이 약 4,000년 전에 이미 높은 수준으로 발달되고 있었다.

이 칠기예술 역시 나침판, 종이, 활자 등과 함께 고대 동양에서 서양으로 전해준 공업예술의 하나이며 중국의 요순시대에 기원하며 한국, 일본의 순으로 전래되었다.
나전기법은 그 초기에는 주로 백색의 야광패(夜光貝)를 사용했으나 후세 특히 한국에서는 청록 빛깔을 띤 복잡한 색상의 전복 껍질을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
패각이 이같이 아름다운 색깔을 발하는 것은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무색 투명한 결정인 까닭에 그것이 빛을 받았을 때 무지개와 같은 색광(色光)현상을 일으키는 데 기인한다. 또한 조개껍질 자체의 박막에서 생기는 색 현상도 그 발색에 주요한 역할을 하며 전복 껍질의 경우에도 박막에 의한 발생이 한결 다양하게 보이는 본보기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삼국시대의 고분출토품 가운데서 다양한 칠기문화를 볼 수 있고 신라에서 관부(官府)에 칠전(漆典)을 두었다는 문헌상의 기록이 있음을 보아 한국칠기의 기원이 삼국시대에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자개를 이용한 칠기는 고려시대의 유품이 전하고 있을 뿐이다.

고려의 나전기법은 동시에 성행되었던 청동은입사기법(靑銅銀入絲技法), 청자상감기법(靑磁象嵌技法)과 더불어 매우 독특하고 정교하며 귀족적인 조형감각과 기법이었다. 그 특징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아주 섬세한 무늬 단위들이 밀집전개되는 연속무늬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귀갑(龜甲)을 복채(伏彩:귀갑을 얇게 갈아서 그 이면에 칠한 붉은 채색이 표면에 비쳐 보이도록 하는 것)하여 자개무늬에 섞어 사용하므로써 색채변화를 주기도 하고 가느다란 선무늬 부분에는 금속선(金屬線)을 사용하고 있다.

15세기 이후부터는 고려시대 이래의 의장을 계승하였지만 그 잔손질하는 솜씨, 매우 세밀한 무늬 표현의 기법이 점차로 성기어 지고 거칠어지면서 무늬단위들이 커져서 대담한 표현으로 바뀌어졌다.
소지제작이나 촟칠의 기법 또한 거칠어져서 나무바탕에 애벌칠도 하지 않은 채 자개를 붙이고 칠을 한 경우가 허다하며 무늬의 장식 수법은 오직 자개로만 되어 있고 그 표현에서 민예적 특성이 발휘되고 있다.
이는 조선시대에도 고려시대와 마찬가지로 관영제작소가 어는 시기까지는 계속되다가 나전칠기 제작이 일반화되고 대중들의 생활속에 나전기(螺鈿器)가 침투되어 사용되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조선조 나전칠기가 조선조다운 순진하고 소탈한 자연관이 담긴 민중적 조형감각의 표현으로 국풍화(國風化) 된 것은 곧 나전칠기가 분명한 우리의 민속 공예로써 정착되어 온 것임을 입증해 주고 있다 하겠다.

현재 국가적으로 나전칠공예를 보완 육성하기 위하여 줄음질(이음질) 기능과 끊음질 기능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고 있다.
줄음질은 본래 자개를 줄로 썰어 물형 그대로를 오려내 붙이는 솜씨이며, 끊음질은 톱으로 실같은 자개상자를 만들어 끊어 붙임으로써 무늬를 선표(線표)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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