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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 - 주검을 운반하는 도구

by 넥스루비 2007. 8. 7.
제주 제주시 일도2동 996-1

상여는 주검을 운반하는 도구다. 이 상여는 화려한 조각과 단청이 돋보인다. 오색천으로 여섯개의 단을 두르고 쇠붙이 장식이 매달렸다. 네 귀에 달아맨 요령은 운상중에 저절로 울린다. 상여 지붕에는 민화풍의 화려한 그림을 그려놓았다. 마치 생명수와 영혼의 부활을 상징하는 듯하다.
이 상여는 서귀포시 신효와 하효 마을에서 공동으로 마련해 쓰던 것이다. 상여와 함께 이를 마련하게 된 배경이 담긴 고문서가 전한다. 《건륭28연계미삼월본이상여신조입삼책록》이 바로 그것이다. 이처럼 이 상여는 영조 39(1763)년에 만들어진 것이니, 그 역사가 깊다. 하해(1947년)에 만들어진《입의》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이 돈을 모아 ‘새 목촌를 구입하여 썩고 부서진 상여를 새로 만드니 오히려 옛것보다 나아졌다’라는 기록처럼 그 이후 여러 차례 보수했음은 물론이다.
이 마을에서 이 상여를 마련하게 된 동기가《건륭28연책록》에 담겨 있다. 신효와 하효 마을이 속해 있던 면에 상여는 하나밖에 없었다. 상여 하나만으로 두루 사용코자 할 때는 서로 구차한 일이 생겼다. 상여 하나를 더 마련하려고 면회의를 열었다. 그 회의의 으뜸이 바로 이 마을사람이었을까, 상여장에게 상여를 만들어 오면 사겠다고 약조한다. 상여장은 약속대로 상여를 만들어 왔으나, 다른 마을에서 돈을 내지 않는 바람에 하는 수 없이 이 마을에서만 상여를 사기에 이른다. 마을 사람 모두 일인당 포목 16척과 조 5되 8홉씩 모아 어렵게 마련한 상여인 셈이다.
이 상여는 조각과 단청이 빼어날 뿐만 아니라《책록》까지 전하고 있으니, 소중한 제주의 문화유산이라 하겠다. 지금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소장되어 전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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