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남제주군 표선면 성읍리 928
이 가옥은 19세기 중엽에 지은 것으로 한일자형 우진각 초가인 안거리(안채), 밖거리(바깥채) 및 대문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거리는 작은방이 있는 3칸집으로 한라산 남쪽 지역의 전형적인 가옥의 특색을 나타내 준다. 예를 들면 굴묵 (아궁이)으로 통하는 다른 문을 두지 않고 난간쪽을 이용하여 출입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밖거리는 3칸집이나 상방을 상하로 두지 않고 전면에만 시설하고 뒤에는 작은구들을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 대문간은 올래 (좁은골목으로 집안으로 들어가는 진입로)를 만들고 이문간 (가까운 대문)을 두어 올래의 팽나무와 어울러 진입부의 아름다운 공간을 드러내고 있다.
성읍민속마을의 중심가에서 동쪽에 위치한 한봉일(韓奉一) 가옥은 주변 경관이 아늑할 뿐더러, 이문으로 들어서는 공간에 알맞게 자란 팽나무와 규모있는 이문간이 뚜렷해서 전래적 가옥의 품격을 드러내 준다. 헛간과 쇠막(외양간)이 달려 있는 의젓한 이문간(대문간, 10평)에 들어서면 좌우에 안거리(22평)와 밖거리(18평)가 알맞게 자리잡았다. 안거리는 작은 방이 있는 한라산 남쪽 민가의 전형적 가옥 형태라 볼 수 있으며, 안거리에는 재래식 온돌인 '굴묵'으로 통하는 다른 문을 두지 않고 난간쪽을 이용하여 출입하는 산남 민가의 전형적인 가옥구조를 잘 드러내 준다. 삼간집인 밖거리는 상방을 앞뒤가 트이게 꾸미지 않고 상방 뒤쪽에 작은 구들을 배치한 점이 특이하다.
19세기 초에 건립된 것으로 보이는 이 가옥은 개조된 부분이 별로 없어서 전래적인 가옥구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울타리를 둘러가며 팽나무·동백나무 등 나무들이 자라고 있어서 한결 가라앉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길보다는 좀 나지막한 이 집 마당에 들어서면, 북쪽 민가들 지붕 사이로 내다보이는 영주산(瀛洲山)이 성읍민속마을 뒤에 온후하게 솟아서 이 고을을 수호하듯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이 가옥은 그 입구와 이문간이 여유있는 공간구성을 이루고 있다. 또한 잘 안배된 안거리와 밖거리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울타리에 조화롭게 심겨진 나무들과 마당에서 내다보이는 경관이 수려하다. 이러한 점에서 제주도 전통가옥의 전형적 구조와 기능을 살피는 데 있어 그 학술적 가치가 높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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