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탕건은 말총이나 쇠꼬리털로 제작하는 남성용 모자의 일종이다. 총모자< 가帽子 >라 하면 갓의 위로 솟은 모자 부분, 즉 총대우를 가리키는데 비하여 탕건은 독립된 모자 역할을 하는 점이 다르다. 즉 탕건은 사모< 紗帽 >나 갓 대신 평상시에 쓰는 모자이다. 갓이 외출할 때 의관을 정제하는 데 소용되는 것이라면 탕건은 집 안에서 맨 상투로 놔둘 수 없기 때문에 간편하게 착용하는 것으로 정자관< 程子冠 >사방관< 四方冠 > 등과 성격을 같이한다. 탕건은 그 형대로 보아 복두< 가頭 >사모 따위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으로 짐작된다. 다만 복두와 사모가 뒤쪽에서 좌우로 길게 뿔을 꽂아 쓰는 데 비하여 탕건에는 그런 뿔을 덧붙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탕건은 앞면을 오금하고 잘룩하게 맵시를 부려서 꾸몄지만 딱딱한 구조가 아니라 말총의 유연한 엮음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평소 착용하는 데 부담을 주지 않고 또 잘 망가지지도 않는다. 말총은 또한 깁과 달라서 땀이나 기름때가 잘 묻지 않는다. 『경국대전 > >의 경공장< 京工匠 >에는 탕건장이라는 장색< 匠色 >이 없고 종모아장< 각帽兒匠 >이 총감투를 제작했다. 정조 연간의 기록에 의하면 상의원에 속한 총장< 가匠 >이 탕건과 총모자를 제조 판매하는데, 그 판매권을 놓고 상점과 분쟁했음을 보면 이미 사사로운 제조 판매품으로 널리 보급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규합총서 > >에서는 팔도물산< 八道物産 >을 열거하는 가운데 평북 정주의 탕건과 평남 안주의 총감투를 들었다. 『오주연문장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藁 > >의 물산변증설< 物産辯證說 >에서는 정주< 定州 >의 총건< 가巾 >을 명물로 꼽았다. 이것으로 보면 총모자 일은 확실히 관서지방에서 성행되었는데 현재로선 그 잔재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18세기초 이형상< 李衡祥 >의 『남환박물지 南宦博物志 』공조< 貢條 >에 보이듯이 제주도에 있어서의 총결< 가結 >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제주도에는 탕건을 엮을 줄 아는 여성이 적지 않으며 또 남도지방에 산재 하는 탕건장 역시 제주 태생의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제주의 탕건은 홑탕건< 소탕 疏宕 >과 겹탕건< 밀탕 密宕 >이 있으며 그밖에도 바둑탕건이 있다. 바둑탕건이란 이중사망< 二重絲網 >, 삼중사망< 三重絲網 >, 오중사망< 五重絲網 >의 기법으로 사각 무늬를 놓은 것이며, 이는 탕건이 독립된 모자 구실을 함에 따라 장식화한 변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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