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에서 강동으로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울산이 가진 가장 큰 재산 중 하나이다. 산허리를 따라 구불구불 돌아가면 조그만 포구가 정겨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한쪽 창으로는 들녁과 야트막한 산이, 다른 한쪽으로는 언제나 새로운 모습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동북쪽으로 울산의 마지막 마을인 강동동은 울산 사람들에겐 더없이 정겨운 곳이다. 밤 풍경은 더욱 장관이다.
근사한 외양의 레스토랑이 건축선을 따라 이름다운 조명빛을 발하며 동화 속의 나라를 연상시킨다. 이는 도시 속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하얀 포말을 토해놓는 시커먼 바다, 멀리 수평선에 걸린 오징어 배의 하얀 불빛이 이국적인 레스토랑과 어우러져 또 다른 풍치를 체험하게 한다. 바다는 오래 전부터 그 모습 그대로 있다. 그러나 강동바다는 이제 새로운 바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이 인공을 덮어썼을 때 느끼는 안타까움이 없지는 않다.
그래도 내 집처럼 친근한 아름다운 집이 있는 강동바다는 아직도 우리의 바다다. 이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한 정자바다 쪽으로 갈 때는 반드시 효문동에서 정자로 가서 주전으로 돌아오거나, 남목에서 정자로 가서 효문동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 갔던 길을 되돌아오는 것만큼 재미없는 드라이브는 없다.
특히 해가 진 뒤에 돌아올 계획이면 남목∼주전∼정자∼강동∼정자∼효문코스가 제격이다. 시야가 확보될 때 바다를 볼 수 있는 해안길을 오랫동안 따라 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울산지역의 중요한 문화유적을 감상하는 덤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주전에는 주전봉수대가 있고 어물동 금천마을에는 어물동마애여래좌상이 있다.
옛날 봉화를 울렸다는 봉수대는 주전에서 산길을 따라 꼬불꼬불 가면 표지판이 서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산길로 조금 올라가야 한다. 돌을 쌓아 우물처럼 둥글게 만들어 놓았다. 마애석불은 금천교라는 다리를 지나 좌회전해서 조금 들어가야 한다. 석불사라는 절간판이 서 있다. 산중턱 큰 바위에 신라시대 불상 3기가 새겨져 있다. 당시에는 지붕을 얹어 법당 형태를 했으나 지금은 하늘을 지붕 삼아 우뚝 서 있다.
사진 story.kakao.com/stellarx 하주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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