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남군 삼산면 구림리
이 불상은 바위의 북면에다 조각하고 그에 잇따라 목조전실을 가구한 마애석굴의 주존이다. 소발의 머리에 육계가 뚜렷하며, 얼굴은 둥굴고 넓적한데 미련스럽지 않게 우아하다. 눈은 동공까지 묘사하고 있으며 평범한 비량에 알맞은 입은 이 불상을 격조 높은 위엄을 지니게 했다. 귀도 길게 어깨 위까지 내려와 세밀히 묘사했으며 목은 짧은데 삼도가 형식이나마 표현되고 있다. 두터운 옷에 싸였으나 몸의 굴곡이 대체로 잘 나타나고 있으며 신체의 볼륨이나 자세의 균형도 알맞게 되었다. 그러나 이 자세는 어깨 같은데서 보다시피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생략된 수법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상체의 비대함에 비해 하체가 빈약하게 처리되었고 여기에 수인은 강마촉지인으로 손에 힘이 빠져있다. 또 통견의 법의는 가사까지 걸쳐서 번잡스럽지만 이는 바로 철원 도피안사 철조비로사나불(到彼岸寺 鐵造毘盧舍那佛)의 평행단상 밀집의문(平行段狀 密集衣紋)과 꼭같은 수법이다. 물론 돌과 철이라는 재료의 차이가 있지만 기본조법은 흡사하다. 광배도 두신광을 삼중의 원으로 음각했으며 그 밖으로 화염문을 빈약하게 새겼고 그 안에 사비천상을 대칭적으로 배치시키고 있다. 이 불상은 신라불에서 고려불의 양식으로 이행되는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데에 매우 중요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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